냄새, 좋다고 여기는 감각에 대해
피아노를 치며 문득 짙은 담배향이 감돈다
그것은 아래층? 아니면 옆집, 아니면 이웃집?
어느 곳에선가 강렬한 향의 몇 번의 주기를 반복한다. 몇 개비를 피우는지 알 수 없지만 잔향까지도강렬하게 신경을 자극한다.
냄새를 인식한 순간 나는 여느 때처럼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었다.
며칠 전 같은 상황이었을 때는 냄새를 맡은 직후 피아노를 치다가도 말고 일어나 온 집안의 창문을꽁꽁 닫았다. 그러나 냄새를 맡은 오늘의 나는 문을 닫지 않았다. 담배냄새는 나쁘다 라는 관념이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순간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았기 땜문이다
그곳에는
담배에 대한 부정적인 가정 구성원의 반응, 사회적 반응과 흡연자에 붙여지는 좋지 않은 인식, 금연을 추구하는 교육 등이 있었다
문을 닫지 않았던 또하나의 이유에는 냄새를 흘러보내기 위해서였다.
문을 닫아버린다면 이미 집안으로 퍼졌던 여분의 기체는 가두어져 버린다.
결과적으로 문을 닫지 않아 더 빨리 공기가 순환될 수 있었고 냄새가 그리 길게 지속되지도 않았다.
나쁜 것이라고 인식하였던 모든 것들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결코 절대적인 악함은 존재하지 않았다.
내겐 담배 말고도 동네 고양이가 있었다.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말라는 동네 곳곳의 푯말은 우리 안에 깊이 형성된 관념의 일부를 표방한다. 악취와 분변이 그 이유라고 적혀있었는데, 악취와 분변을만드는 것은 비단 고양이 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사유 과정의 결과로 고양이에 대한 나의 관념도 어느 시점에서 완전히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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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냄새가 저물고 저녁에 누군가 라면을 끓이는냄새가 방을 다시 감싼다. 그 라면 냄새는 좋다 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좋다라고 생각했던 라면 냄새의 배후에는 맵고 짠 라면의 맛이 미각신경과호르몬을 지배하도록 놔두었던 과거의 내가 있었다. 그렇게 일주일에도 몇 번이나 먹었던 라면을, 현재는 몇 달 째 입에 대지 않는다. 음미할수록 맛이 은은하게 배어나오고 알록달록하며 먹은 후에도 속이 더부룩하지 않는, 진짜로 '맛있는' 자연의 맛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라면과 같이 상업화된 간편식품이 영양 측면에서, 건강 측면에서 어떻게 신체에 영향을 주는지 진정으로 알게 되었기때문이다. 스스로의 신체와 마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진정 앎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로 하여 난 절대적인 현상이란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생각한 대로 산다 라는 말 안에는
삶이 생각한(인식한) 결과로 나타나는 의미도 포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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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추구하는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진리는 광활한 우주의 겉껍데기에 불과하다고 본다. 물론어느 측면에서는 과학도 사실이다. 그러나 '절대적'인 현상이란 없기 때문에 과학은 언제나 불완전하다. 새로운 반론이 제기되고 그것이 인정받을 때마다 거듭하여 폐기되어왔던 기존 패러다임들이이를 증명한다. 진실을 만드는 것은 인식하는 방법이다.
지금 이 문장을 쓰고 있는 중에도 어김없이 수많은 냄새는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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